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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경마장/지도 ◆ 부산 경마결과 야말로 갑자기 찾아온 재앙 이나 다름없었다. 열두 명의 설도객들이 지나간 자리에 있던 개방 제자들의 목과 어깨 에서 피분수가 치솟아 올랐다. 그와 함께 이제까지 적루장의 무인들을 몰아붙이던 타구진의 일각이 무너져 내렸다. 그야말로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가공할 무위였다. "크아악!" "놈들을 막아... 커억!" 추걸개들이 설도객들을 막으려 했으나 그들의 날카로운 직도 앞에 서는 소용이 없었다. 타구봉이 반으로 잘리고 목에 날카로운 자상이 생겨났다. 속절없이 개방 제자들이 무너져 가기 시작했다. "저놈들!" 홍무규의 눈에 불길이 타올랐다. 개방 제자들이 죽는 모습이 그의 가슴에 불을 당긴 것이다. "내 이놈들을 가만두지 않으리라." 평소에는 무척이나 이성적이 그였지만 제자들이 죽어 가는 앞에서 는 결코 냉정할 수 없었다. 스윽! 그때 단사유가 조용히 한 발을 내디뎠다. 이제까지 침묵으로 일관한 채 천장을 바라보던 그가 드디어 움직이 기 시작한 것이다. 그를 의식하자 홍무규의 눈에 이성이 돌아왔다. 그가 나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가지만 알아 두게." "......" "자네가 나서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네. 설도객들은 오룡 맹에서 비밀리에 키운 고수들. 그런 고수들을 내보였다는 것은 곧 이 곳에 있는 자들을 모두 죽여 비밀을 지키겠다는 의지이네. 비록 무력 에서 저들이 앞선다고 하나 그래도 개방을 함부로 할 수는 없을 걸세. 하지만 자네는 다르네." "무슨 말입니까?" "설령 여기에 있는 개방의 제자들이 모두 죽더라도, 나중에 개방의 수뇌부와 오룡맹의 수뇌부의 합의로 얼마든지 서로를 조율할 수가 있 네. 하지만 자네는 다르네. 자네는 중원인도 아닐 뿐더러 어디에도 소 속되어 있지 않네. 결국 자네가 이곳을 정리한다 하더라도 오룡맹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말이네." 홍무규의 음성에는 비장함과 단사유에 대한 걱정의 빛이 담겨 있었 다. 개방과 오룡맹은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필요로 하는 사이다. 최소한 북원의 무인들을 완벽하게 몰살시킬 때까지는 유지돼야 될 동맹이다. 때문에 정치적인 협약에 의해 이 사건은 유야무야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단사유는 다르다. 그는 중원인도 아닐뿐더러 어떤 문파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 결국 오룡맹은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희생 양을 선택할 것이다. 그것은 곧 오룡맹의 분노를 그가 감당해야 한다 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단사유는 홍무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알아들었다. 하나 그 의 표정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의 표정은 평상시 보다 더욱 차가웠다. 그렇게 잘 짓던 웃음도, 항상 넘치던 여유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 의 눈에는 차가운 한광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나 보군요." "뭐가 말인가?" "아이들의 소리 말입니다." "아니, 아이들이 무슨 소리를 낸단 말인가?" 뜬금없는 단사유의 말에 홍무규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 다. 마치 인형처럼 검을 든 채로 있는 아이들. 그들의 입술은 꾹 다물어 져 있었고, 눈에 적대감을 떠올린 채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입을 여는 아이는 없었다. "제 귀에는 그들이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단사유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다른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의 귀에는 똑똑히 들리 고 있었다. 아이들의 우는 소리가. 자